🔢 암호와 조롱: ‘조디악 킬러’, FBI와 신문사를 갖고 놀았던 희대의 살인마

[본 글은 1960년대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서 발생한 ‘조디악 킬러(Zodiac Killer)’ 연쇄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범인이 사용한 미해독 암호와 수사 기관을 향한 조롱을 집중 조명하는 탐사 추리 기사 형식입니다.]

1968년 12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니샤 인근의 외딴 도로에서 십 대 연인인 데이비드 파러데이와 베티 루 젠슨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는 훗날 ‘조디악 킬러’의 첫 번째 공식 희생자로 기록된 사건이었다.

이후 1969년 7월 4일까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일대에서 세 차례의 살인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범인은 주로 젊은 연인들을 외딴 장소에서 기습하여 살해하거나 중상을 입혔다. 경찰은 곧 이 사건들이 동일범의 소행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단순한 연쇄살인으로 규정하기 어렵게 만든 것은, 범인의 극도로 대담하고 지능적인 행동이었다. 그는 살인 사건 직후 지역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1969년 8월,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신문사 세 곳에 익명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자신이 이 연쇄살인의 범인임을 밝히는 내용과 함께 **408개의 기호로 이루어진 ‘암호문(Cipher)’**이 동봉되어 있었다.

범인은 신문사들에게 **”이 암호문을 1면 상단에 게재하지 않으면, 주말에 다시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고 협박했다.

신문사들은 공포 속에서 암호문을 공개했고, 며칠 뒤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 부부가 이 암호문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은 내가 죽는 후에도 천국에서 다시 태어나 노예를 거느리게 될 것임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들이 나를 붙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즐거움을 느낀다.”

해독된 내용은 범인의 잔인한 살인 동기를 드러냈으며, 그가 경찰을 얼마나 조롱하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범인은 스스로를 **’조디악(Zodiac, 황도대)’**이라고 칭했다.

조디악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편지와 암호문을 보냈다.

340-Cipher (미해독 암호): 두 번째로 보낸 340개 기호의 암호문은 난이도가 훨씬 높아 50년 가까이 해독되지 않았다. 이는 조디악이 매우 복잡하고 치밀한 암호 체계를 고안해냈음을 시사했다. (2020년 말에 아마추어 해독가들에 의해 해독되었으나, 내용이 매우 조롱적이고 모호함.)
살인의 예고: 편지에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함께, 다음 범행을 예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디악 킬러 사건은 FBI와 캘리포니아 경찰이 수만 명의 용의자를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범인을 잡지 못했다. 수사가 난항을 겪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흔적의 부재: 범행 현장에 지문이나 결정적인 DNA 증거를 거의 남기지 않았다. (일부 DNA는 확보되었으나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함.)
모순된 목격자 진술: 범행이 여러 곳에서 발생했고, 목격자들의 진술이 **범인의 외모(키, 체형 등)**에 대해 일관되지 않아 몽타주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능적인 조작: 조디악은 언론을 통해 수사 진행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자신의 범행 수법과 암호를 경찰보다 한 수 앞서 조작했다. 그가 보낸 편지들은 수사 기관의 노력을 분산시키고, 대중의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도구가 되었다.

조디악은 자신이 총 37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피해자는 5명이다. 1970년대 초반, 조디악의 편지는 갑자기 중단되었고, 그는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

조디악 킬러 사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으며, 그의 정체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수많은 용의자가 거론되었으나, 현재까지도 명확한 물증을 통해 진범으로 기소된 사람은 없다.

최신 DNA 분석: 2020년대 들어 경찰은 당시 조디악이 보냈던 편지에 남아있는 타액이나 체모 등의 DNA를 첨단 기술로 분석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조디악 킬러는 왜 살인과 함께 암호를 사용했으며, 그의 잔인한 살인 동기가 ‘천국에서 노예를 거느리기 위함’이라는 기괴한 믿음이 진짜였을까?

그가 남긴 복잡한 암호와 수사 기관을 향한 조롱은, 권력 위에 군림하려 했던 한 고독한 천재 살인마의 오만함을 상징한다. 조디악은 비록 사라졌지만, 그가 만든 미스터리의 그림자는 첨단 과학의 추적 아래에서도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