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의 감금: 독일 ‘카스파 하우저’, 세상에 던져진 미스터리 소년의 정체

[본 글은 19세기 독일에서 발생한 ‘카스파 하우저 사건’을 바탕으로, 그의 미스터리한 등장과 비극적인 죽음, 그리고 그를 둘러싼 왕위 계승 음모론을 집중 조명한 역사 추리 기사 형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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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828년 5월 26일, 뉘른베르크 광장의 충격

1828년 5월 26일, 독일 바이에른 왕국 뉘른베르크의 한 광장에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낯선 소년이 나타났다. 그는 제대로 걷지도, 말하지도 못했으며, 마치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소년의 손에는 편지 두 통이 들려 있었다. 한 통은 **’경비대장에게’**라고 적혀 있었고, 다른 한 통은 ‘미지의 여성에게’ 보내는 내용이었다. 경비대장에게 보낸 편지에는 소년의 이름이 **카스파 하우저(Kaspar Hauser)**이며, 16년 동안 어둡고 좁은 방에 감금되어 지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경비대장이 소년에게 말을 걸었으나, 그는 겨우 **”기병이 되고 싶다”**는 말과 자신의 이름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의 상태는 정신 지체와 극심한 영양실조가 의심되었으며, 특히 그는 빛과 소리, 냄새 등 외부의 모든 자극에 과민 반응을 보였다.

카스파는 곧 전 유럽 사회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는 16년간의 감금 생활에 대해 끔찍한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감금된 방: 그는 평생 혼자서 어둡고 작은 방에 갇혀 지냈으며, 잠잘 때 사용하는 짚 인형과 목마 장난감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음식: 그는 물과 빵 외에는 아무것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 낯선 남자: 자신을 돌봐준 사람은 오직 ‘낯선 남자’ 한 명뿐이었고, 그 남자는 항상 어둠 속에서 나타나 그에게 먹이를 주거나 말을 가르쳤다고 진술했다.

카스파의 등장은 당시 유럽의 계몽주의 지식인들에게 큰 충격을 던졌고, **’문명 이전의 인간’**이라는 철학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부. ‘왕자의 출현’과 살해 시도

카스파 하우저가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그를 둘러싼 가장 유명한 음모론이 제기되었다. 바로 **’바덴(Baden) 대공가의 왕자’**라는 설이다.

바덴 대공 카를과 스테파니 대공비는 1812년에 아들을 낳았으나, 출생 직후 그 아이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이 음모론은 **”카스파 하우저가 사실은 바덴 대공가의 적통 왕자였으나, 왕위를 찬탈하려는 세력에 의해 죽은 것으로 위장되어 감금되었다가, 16년 만에 세상에 버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스파의 외모와 연령이 죽은 왕자와 비슷하다는 점이 이 가설을 뒷받침했다.

이 가설이 힘을 얻기 시작하자, 카스파의 삶은 더욱 위험해졌다.

1. 1차 암살 시도 (1829년): 뉘른베르크에서 생활하던 카스파는 자신을 돌보던 집에서 **’낯선 남자’**에게 공격당해 깊은 상처를 입었다. 카스파는 이 남자가 자신을 감금했던 남자와 동일인이라고 진술했다. 이 사건은 그의 진술이 사실일 가능성을 높이며, 배후 세력이 그를 제거하려 한다는 공포를 확산시켰다.
2. 2차 암살 시도와 사망 (1833년): 1833년 12월 14일, 카스파는 안스바흐의 한 공원에서 다시 칼에 찔린 채 발견되었다. 그는 자신이 찔린 장소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현장에서 발견된 쪽지에는 ‘배후 세력’을 암시하는 불길한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카스파는 이 부상으로 인해 사흘 뒤인 12월 17일에 사망했다. 그의 나이 고작 21세였다. 그의 갑작스럽고 비극적인 죽음은 바덴 대공가 음모론에 불가사의한 확신을 더했다.

3부. 21세기에도 풀리지 않는 정체

카스파 하우저가 살해된 후, 그의 정체를 밝히려는 노력은 21세기까지 이어졌다.

• DNA 분석의 실패: 2000년대 들어 카스파가 사용했던 혈흔이 묻은 옷가지를 대상으로 현대적인 DNA 분석이 시도되었다. 분석 결과, 그의 DNA는 바덴 대공가의 왕족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이 DNA 샘플이 카스파의 것이 확실한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DNA 분석 역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카스파 하우저 사건은 다음과 같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남겼다.

• 감금자의 정체: 카스파를 16년간 어둠 속에 가두고 훈련시킨 ‘낯선 남자’의 정체는 누구이며, 그의 동기는 무엇이었는가?
• 배후의 그림자: 카스파의 등장이 정치적 권력 다툼과 연관이 있었다면, 그를 두 번이나 살해하려 했던 조직의 배후는 누구였는가?

16년간 어둠 속에 갇혀 있다가 세상에 던져진 소년, 카스파 하우저. 그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정체와 운명을 알지 못했다. 그의 비극적인 삶은 ‘왕자’가 아닌, 권력의 희생양 혹은 의문의 실험 대상이었을지 모른다는 씁쓸한 미스터리를 남긴 채 역사에 영원히 봉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