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서 발견한 ‘버그’의 아름다움

2012년 9월, 미국 조지아 대학교의 한 기숙사 방. 스무 살 초반의 제임스 종은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평생을 외톨이로 살았습니다. 과체중이었고, 늘 놀림을 당했으며, 이혼한 부모님에게도 관심받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의 냉혹한 시선 대신, 그는 오직 컴퓨터 코드의 논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세계에만 의지했습니다.
그날 밤, 그는 ‘실크 로드(Silk Road)’라는 어둠의 웹사이트를 탐색하고 있었습니다. 마약과 무기가 비트코인으로 거래되던 이 범죄의 아마존에서, 제임스는 우연히 한 줄기 빛을 발견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끔찍하고도 아름다운 결함이었습니다.
실크 로드의 비트코인 인출 시스템에는 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에 여러 번의 인출 요청을 처리하는 버그가 있었습니다. 마치 자판기에 1달러를 넣고 버튼을 다섯 번 연속으로 눌러 5달러를 돌려받는 것과 같은 이치였습니다. 단, 그 돈이 수백만, 수십억 달러짜리 디지털 화폐라는 점이 달랐죠.
제임스는 이 버그를 발견하고, 며칠 밤낮으로 아홉 개의 계정을 오가며 이 취약점을 반복적으로 공격했습니다. 그는 마약을 사지도, 팔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시스템의 돈만 빨아들였죠. 그렇게 그는 역사상 가장 우아한 도난 중 하나를 실행했고, 실크 로드에서 5만 비트코인을 빼돌렸습니다. 당시 가치는 약 62만 달러였지만, 제임스는 그것을 팔지 않고 디지털 금고에 넣어둔 채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9년간의 비밀스러운 초호화 생활
이후 9년 동안, 제임스 종은 비밀스러운 이중생활을 했습니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평범한 졸업생이었지만, 디지털 지갑 속 비트코인의 가치는 미친 듯이 폭등하고 있었습니다.
2021년이 되자, 그가 훔쳤던 5만 비트코인은 무려 **33억 6천만 달러(약 3조 8천억 원)**가 되어 있었습니다. 왕따 당하던 외톨이 청년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에서 손꼽히는 거부가 된 것입니다.
그는 비밀리에 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수천만 원짜리 람보르기니 여러 대를 구매했고, 전세기를 타고 스포츠 경기를 보러 다녔으며, 초호화 요트를 빌려 파티를 열었습니다. 9년 동안 그가 쓴 현금만 해도 1,600만 달러(약 200억 원)에 달했지만, 비트코인 가치 상승에 비하면 그저 용돈 수준이었습니다.
세상의 누구도 그의 이 거대한 비밀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의 친구도, 가족도 없었기에, 그의 과시적인 소비를 의심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완벽했던 범죄를 무너뜨린 ‘가장 인간적인 실수’
모든 완벽한 범죄에는 하나의 치명적인 실수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제임스의 실수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간적인 감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19년 3월, 누군가 그의 집에 침입해 수십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훔쳐갔습니다. 3조 원을 훔친 ‘유령 억만장자’가 도둑맞자 몹시 화가 났고, 그는 지역 경찰에 절도 신고를 했습니다. 수십억 달러 도난 사건의 용의자 이름이 경찰 시스템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결정타는 2019년 9월에 터졌습니다. 더 많은 현금이 필요했던 제임스는 비트코인 118개를 규제된 암호화폐 거래소로 전송했습니다. 문제는 그가 도난당한 비트코인과 합법적인 비트코인을 하나의 거래에 뒤섞어 전송했다는 것입니다.
추적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비트코인 거래 기록, 즉 블록체인에는 이 두 종류의 돈이 같은 사람의 지갑에서 나왔다는 영구적인 기록이 남았습니다. 마치 도난당한 지폐와 자기 이름이 적힌 합법적인 지폐를 같은 은행 계좌에 입금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IRS 범죄수사국 요원들과 블록체인 분석 전문가들은 이 실수를 놓치지 않았고, 몇 년간의 거래를 역추적하여 최종적으로 제임스 종이라는 이름과 그가 관리하는 지갑을 연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팝콘 틴에서 나온 3조 원의 몰락
2021년 11월 9일, 연방 요원들이 조지아주 게인즈빌에 있는 제임스의 집을 급습했습니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습니다. 제임스는 대부분의 비트코인 키를 지하 금고에 숨겼지만, 요원들은 집안 곳곳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욕실 벽장 안에 있는 담요 밑에서 치토스 팝콘 틴을 발견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나 볼 법한 그 과자 통 안에는 수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지갑 키가 담긴 소형 컴퓨터가 들어 있었습니다. 요원들이 스낵통에서 작은 나라의 예산과 맞먹는 암호화폐를 발견한, 믿기 힘든 실화입니다.
제임스는 즉시 협조했고, 정부는 당시 가치로 33억 6천만 달러에 달하는 50,491 비트코인과 현금, 금괴 등 모든 자산을 압수했습니다. 이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금융 압수였습니다.
5. 억만장자에서 우버 운전사로
재판 과정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제임스는 와이어 사기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그의 변호인단은 그가 어릴 때부터 겪은 극심한 외로움과 따돌림,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강조했습니다. 코드를 논리적으로 이해했을 뿐, 범죄의 규모와 도덕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검찰도 그의 전적인 협조와 비트코인 회수 노력을 참작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제임스의 독특한 배경을 인정하여 권고 형량보다 훨씬 낮은 징역 1년 1일을 선고했습니다.
2024년 4월, 제임스 종은 연방 교도소에서 출소했습니다.
그가 9년 동안 비밀리에 누렸던 모든 것, 3조 원이 넘는 비트코인, 람보르기니, 부동산 등은 정부에 의해 모두 몰수되었습니다. 초호화 요트를 전세 냈던 남자는 이제 세상 밖으로 나와 생계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종은 현재 Uber와 Lyft 운전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억만장자였던 한 남자가, 이제는 시간당 임금을 받고 낯선 이들을 태워다 주는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고독이 어떻게 사람을 범죄로 이끌고, 결국 블록체인이라는 디지털 영구 기록장치가 모든 것을 기억하며 심판한다는 비극적인 교훈을 남깁니다.
이 이야기는 2021년 미국 법무부의 압수 및 2023년 제임스 종의 선고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