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궁 속 핏자국: ‘안동KBS 여직원 연쇄살인’, 범인의 표적은 무엇이었나?

[본 글은 1989년에서 1991년 사이에 경북 안동 일대에서 발생한 ‘안동 KBS 방송국 여직원 연쇄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범행의 특이점과 수사당국의 판단 오류를 재구성한 추리 탐사 기사 형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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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989년의 시작: 첫 번째 희생자의 미스터리

1989년 1월 30일 밤, 안동 KBS 방송국에 근무하던 여직원 김 모 씨(당시 20대)가 퇴근길에 실종되었다. 다음 날 아침, 그녀의 시신은 방송국에서 멀지 않은 인근 야산에서 발견되었다. 김 씨는 둔기에 맞아 사망했으며, 현장에는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혈흔과 구체적인 족적이 남아있었다.

경찰은 당시만 해도 이 사건을 단순한 **’강도 살인’**으로 판단하고, 범행 동기를 금품 탈취에 국한하여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지갑을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현금만 사라지고 다른 귀중품은 그대로 남아있었다는 점은, 범인의 주된 목적이 강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을 남겼다.

이후 수사는 김 씨의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었지만, 결정적인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실패했다. 당시 지방 중소도시에서 발생한 여성 대상 강력 사건이었기에,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점차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2부. 1991년, 소름 돋는 ‘데자뷔’

2년이 지난 1991년 10월 22일, 안동 시민들은 다시 한번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이번에도 희생자는 안동 KBS 방송국에 근무하던 여직원 최 모 씨(당시 20대)였다. 최 씨 역시 퇴근길에 실종되었고, 다음 날 방송국 인근의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현장은 2년 전 김 씨 사건과 소름 끼칠 정도로 유사했다. 최 씨 역시 둔기에 맞아 사망했으며, 시신의 유기 장소가 방송국에서 멀지 않은 야산이었다. 범행 수법과 피해자의 직업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사실은, 경찰에게 **’동일범의 연쇄살인’**임을 명확히 각인시켰다.

경찰은 뒤늦게 두 사건을 묶어 연쇄살인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본부를 재편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았다.

• 동일 직장: 두 피해자 모두 안동 KBS의 여직원이었다.
• 유사 범행 시간 및 장소: 모두 늦은 퇴근길에 납치/살해되었으며, 시신은 방송국 근처 야산에 유기되었다.
• 유사 범행 수법: 주된 사인은 둔기 폭행과 질식이었으며,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특이점들은 범인이 안동 KBS 방송국 내부 사정에 익숙하거나, 혹은 특정 직장이나 직종에 대한 강한 원한을 가진 인물일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3부. 사라진 목격자와 엇갈린 수사 방향

범행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수사는 또다시 난항을 겪었다. 두 사건 모두 현장에서 범인의 족적, 혈흔 등의 증거가 확보되었지만, 당시 수사 기술의 한계로 이를 **’결정적인 물증’**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가장 큰 미스터리는 **’범인의 표적’**이었다.

• 직장 내부 원한설: 범인이 방송국 직원이었거나, 혹은 방송국과의 거래 관계 등 특정 관계에서 원한을 품고 직장 자체를 표적으로 삼아 무작위로 여직원을 노렸다는 가설.
• 랜덤 살인설: 안동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늦은 밤 퇴근하는 여성을 노린 무차별적인 연쇄살인이었을 뿐, 직장은 우연의 일치라는 가설. 하지만 범행 장소와 유기 장소가 모두 방송국 인근이었다는 점은 이 가설을 약화시켰다.

경찰은 두 번째 사건 직후 몽타주를 배포하고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범인은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 결국 두 사건 모두 결정적인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영구 미제로 남았다.

4부. 미해결의 그림자: 공권력의 실수

‘안동 KBS 여직원 연쇄살인 사건’은 단순한 강도 살인이 아닌, 특정 직장 여직원만을 표적으로 삼은 끔찍한 연쇄 범죄였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수사에서 **’범죄의 특이성’**을 파악하지 못한 경찰의 오판이 미제 사건의 늪에 빠지게 한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사건이 남긴 질문은 다음과 같다.

• 범인의 심리: 범인은 왜 안동 KBS 여직원만을 표적으로 삼았는가? 이는 범인이 가진 직장에 대한 열등감, 혹은 거절에 대한 분노 등 깊은 심리적 요인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가?
• 족적과 혈흔의 재분석: 당시 확보되었던 범인의 족적과 혈흔 등 물리적 증거들이 현재의 첨단 DNA 및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재분석된다면, 진범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안동의 조용한 방송국 주변을 맴돌며 두 젊은 여성의 생명을 앗아간 그림자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진실의 빛을 기다리고 있다. 범인이 방송국에 남긴 ‘미궁 속 핏자국’은 여전히 진범의 이름을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