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CTV가 놓친 3일: ‘전북대 수의대생 실종’과 그가 남긴 마지막 흔적

[본 글은 2006년 발생한 ‘전북대학교 수의대생 이윤희 실종 사건’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의 실종 미스터리와 수사 과정의 쟁점을 재구성한 심층 추리 기사 형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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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006년 6월 6일, 사라진 청춘의 빛

2006년 6월 6일 현충일,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윤희(당시 29세) 씨는 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한 후 자정 무렵 원룸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평소 성실하고 학업 성적이 우수했으며, 곧 수의사로서의 꿈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원룸에 도착한 그날 밤이 이 씨의 마지막 흔적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씨는 며칠 뒤인 6월 11일에 남자친구와의 약속이 있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연락도 두절되자, 주변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6월 13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이 이 씨의 원룸에 진입했을 때, 현장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방 안에는 지갑, 신분증, 휴대폰, 현금 등 그녀의 모든 소지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것은 단순 가출이 아님을 시사했다. 특히 휴대폰이 집에 있었다는 사실은, 이 씨가 예정된 만남이나 외부 활동 없이 집 안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실종되었거나, 혹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갔음을 암시했다.

2부. ‘3일간의 공백’과 컴퓨터가 기록한 행적

수사는 이 씨가 원룸에 도착한 6월 6일 자정부터 실종 신고가 접수된 13일 사이의 행적을 추적하는 데 집중되었다. 특히 경찰은 이 씨의 컴퓨터를 분석하여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다.

컴퓨터 접속 기록에 따르면, 이 씨는 6월 6일 귀가 후부터 6월 8일 새벽까지 이틀에 걸쳐 컴퓨터를 사용했으며, 마지막 접속 기록은 6월 8일 오전 2시 49분이었다. 이 씨는 이 기간 동안 인터넷에서 ‘성추행’, ‘112’, ‘변사체’, ‘실종’, ‘자살’ 등의 단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했다.

이 검색 기록은 사건의 미스터리를 심화시켰다.

• 성추행: 이 씨가 6일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선배로부터 불쾌한 접촉을 당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녀가 이로 인해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녀는 이 사건을 신고할지 말지 고민하며 관련 정보를 검색했을 수 있다.
• 변사체/자살: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거나, 혹은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한 불안감으로 부정적인 검색어를 찾아봤을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 기록이 멈춘 6월 8일 새벽 2시 49분 이후부터 경찰이 원룸을 확인하기 전까지 ‘3일 이상’의 공백이 발생했다. 이 씨가 마지막으로 컴퓨터를 사용했던 순간부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3부. 수사 당국의 오판과 놓쳐버린 황금 시간

이 사건은 디지털 시대에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수사의 미흡함 때문에 미궁에 빠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 CCTV 분석 실패: 원룸 주변에는 당시 다수의 CCTV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경찰은 영상 분석을 게을리했다. 특히 이 씨의 원룸 현관문 CCTV는 당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으나, 이후 유족의 끈질긴 요구로 재확인한 결과, CCTV는 정상 작동 중이었고 영상이 녹화되어 있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미 **’골든 타임’**이 지난 후 녹화 기록이 덮여버려 결정적인 순간의 영상은 복구할 수 없었다.
2. 휴대폰 유기 장소 추적 실패: 이 씨의 휴대폰은 원룸에 있었지만, 경찰은 휴대폰의 최종 전원이 꺼진 시점과 기지국 위치 추적 등 디지털 포렌식을 활용한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경찰은 이 씨가 컴퓨터를 사용한 후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거나 단순 실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지만, 그녀의 흔적은 단 한 번도 외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자살을 택했다면 시신이 반드시 발견되어야 했고, 단순 가출이라면 지갑과 휴대폰을 버려둘 이유가 없었다.

결국 사건은 **’완벽한 증발’**이라는 결론에 이르며 미제로 남게 되었다.

4부. 미스터리를 남긴 마지막 검색어

전북대 수의대생 실종 사건은 우리에게 디지털 증거의 중요성과 초동 수사의 책임감에 대한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이 사건의 핵심 미스터리는 다음과 같다.

• 컴퓨터 기록 이후의 3일: 6월 8일 새벽 이후, 이 씨가 스스로 원룸을 나섰는가, 아니면 외부인이 침입했는가? 외부인 침입이라면, 주변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범인의 치밀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마지막 검색어의 의미: 이 씨가 집중적으로 검색했던 ‘변사체’, ‘성추행’ 등의 단어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그녀가 직면했던 위협의 실체를 스스로 경고하려 했던 마지막 메시지였을까?

그녀가 남긴 마지막 흔적은 컴퓨터였지만, 경찰이 놓친 ‘작동하는 CCTV’는 진실을 비추는 가장 중요한 단서였다. ‘전북대 수의대생 실종 사건’은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실수가 어떻게 진실을 영구적인 미궁에 가둘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잔인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