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진 며느리와 시어머니: ‘청주 부녀자 실종사건’, 완벽한 증발의 비밀

[본 글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청주 부녀자 실종사건’을 바탕으로, 동반 실종이라는 특이점과 범죄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사건의 미스터리 포인트를 재구성한 추리 탐사 기사 형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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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994년 8월 12일, 일상의 균열

1994년 8월 12일 금요일 저녁, 충청북도 청주시 복대동의 한 주택가. 이웃들은 평소처럼 조용하고 화목했던 가족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그날 밤을 기점으로, 이 집의 며느리 김미영(가명, 당시 29세) 씨와 시어머니 이혜숙(가명, 당시 59세) 씨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집에는 남편(아들)인 최 씨와 미취학 아동인 어린 아들만 남아 있었다. 남편 최 씨는 아내가 갑자기 시어머니와 함께 사라진 것에 대해 처음에는 단순한 **’가출’**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닿지 않자, 그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 수사는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다. 실종된 두 사람은 아무런 예고 없이 사라졌고, 현금이나 귀중품, 여권 등 장기 가출에 필요한 물품을 챙긴 흔적이 전혀 없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이 **’동반 실종’**되었다는 점은 사건을 단순한 가출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미스터리였다.

2부. ‘동반 가출’과 ‘완벽한 계획 범죄’ 사이의 줄타기

이 사건의 가장 큰 의문점은 실종된 두 사람의 관계였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평소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큼 사이 좋은 고부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며느리 김 씨는 어린 아들을 지극히 아꼈고, 시어머니 이 씨는 평생 청주를 벗어난 적이 없는 전형적인 주부였다. 두 사람이 모든 것을 버리고 ‘함께’ 도피성 가출을 감행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경찰 수사는 실종 직후 두 사람의 행적을 쫓았지만, 그들이 집을 나선 이후의 행방은 CCTV도, 목격자도 없는 ‘완벽한 증발’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과 프로파일러들은 이 **’동반 실종’**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두 가지 상반된 가설을 세웠다.

가설 A. 계획된 동반 도피 (가출 가능성 희박)

• 가정 내 해결할 수 없는 공동의 위협이나 비밀이 있었고, 두 사람이 생존을 위해 함께 도피했다. (이 경우, 왜 아들과 남편을 버리고 갔는지 설명이 어려움.)
• 혹은 두 사람 모두 제3의 인물에 의해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납치되었을 가능성.

가설 B. 제3의 인물에 의한 연쇄 살해 후 유기 (가장 유력)

• 범인은 이들의 친밀한 관계를 이용해 두 사람을 동시에 안심시키고 유인했을 것이다.
• 범인은 이들의 주변 인물이거나, 혹은 이들이 함께 있을 때 침입할 수 있었던 친숙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범행 후 유기 장소까지 두 사람의 시신을 운반하려면 차량이 필요했을 것이다.

3부. 남편의 ‘의아한 태도’와 법적 공방

수사가 장기화되자, 경찰은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남편 최 씨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의 진술과 태도에서 몇 가지 의아한 점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1. 초기 대응의 미흡함: 남편은 시어머니와 아내가 사라진 직후 급박한 걱정이나 적극적인 수색 노력을 보이지 않았고, 며칠이 지난 후에야 신고했다.
2. 부인의 행적에 대한 모호한 진술: 남편은 아내와 시어머니의 마지막 행적에 대해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했으며, 그들의 동반 실종에 대해 ‘억지로 믿으려 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경찰은 남편 최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남편이 아내와 어머니를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했다”**는 혐의였다. 하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백이나 물증 없이는 기소가 불가능했다.

검찰은 최 씨가 아내와 시어머니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살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0년 대법원은 정황 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으나, 이후 파기환송심에서는 다시 무죄가 선고되며 최 씨는 결국 최종 무죄로 풀려났다.

4부. 완벽한 증발이 남긴 미스터리

법적으로 남편 최 씨는 무죄가 되었지만, 두 부녀자의 실종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서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의 유무죄 판단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 사례가 되었다.

두 사람의 ‘동반 실종’은 단지 범행의 편의를 위한 환경이었을까, 아니면 이들이 숨겨온 어떤 ‘비밀의 키’였을까?

이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완벽하게 계획된 범죄는 법의학적 증거와 시신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을 때, 아무리 강력한 정황 증거가 있어도 진범을 법정에 세우기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1994년 청주의 여름밤, 그들을 집 밖으로 유인했던 보이지 않는 손은 여전히 어둠 속에 숨어 있다. 두 사람의 존재가 **’완벽하게 증발’**된 이 미스터리는 시효 없이 계속 추적되어야 할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