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공작인가, 우발적 사고인가? ‘김영삼 질산 테러’의 끝나지 않은 의문

[본 글은 1969년 발생한 ‘김영삼 의원 질산 테러 사건’을 바탕으로 사건의 정치적 배경과 수사 과정의 의문점, 그리고 배후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재구성한 탐사 추리 형식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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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40대 기수론’과 시대의 서슬 (1969. 6. 20.)

1969년 6월 20일 저녁,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에 도착한 신민당 국회의원 김영삼(당시 42세)은 자신의 승용차 문을 열고 몸을 실으려던 순간, 섬광과 함께 터져 나오는 독한 연기와 격렬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누군가 차량에 **황산 또는 질산 계열의 강한 산(酸)**을 뿌려둔 것이다.

김영삼 의원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옷은 녹아내렸고 얼굴과 몸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테러를 넘어선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되었다.

당시 김영삼 의원은 **’40대 기수론’**을 주창하며 박정희 대통령의 3선 개헌에 맞서 야당의 강력한 대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청년 정치인의 등장에 정권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고, 이 테러 사건은 **’정적 제거를 위한 정치적 암살 시도’**라는 의혹을 피할 수 없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것은 빈 우유병과 그 안에 남은 산(酸) 성분이었다. 테러범은 김 의원의 승용차 문손잡이에 우유병을 매달아 두었고, 문을 여는 순간 산이 쏟아지도록 치밀하게 계획했다. 차량이 외부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다는 점을 노린 잔혹하고도 교묘한 수법이었다.

2부. ‘단독범’으로 종결된 허술한 수사

경찰 수사는 사건 발생 18일 만에 테러범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체포된 용의자는 27세의 청년 홍 모 씨였다. 경찰 발표의 내용은 매우 단순하고 허술했다.

홍 씨는 평소 김영삼 의원을 **’공산주의와 같은 급진적 사고를 가진 인물’**로 생각했으며, “애국하는 마음에서” 단독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것이다. 그는 ‘삼각산에서 기도하다 우연히 산을 구하게 되었다’는 터무니없는 진술을 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이 사건을 **’우발적인 단독 범행’**으로 종결짓고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는 수많은 의혹과 모순을 남겼다.

• 배후의 존재: 범행에 사용된 황산은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 없는 위험물질이다. 평범한 20대 청년이 혼자서 이를 구하고, 치밀하게 도구를 설계하여 도주까지 성공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범행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조직의 지원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 용의자의 모순된 진술: 홍 씨는 범행 동기로 김 의원의 정치 노선을 비난했지만, 정작 그가 제출한 자필 진술서의 내용 수준은 그가 주장하는 정치적 신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진술서는 누군가에게 강요되거나 대필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 수사의 미흡함: 경찰은 홍 씨의 알리바이, 동선, 자금 출처 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특히 **당시 집권 세력인 중앙정보부(KCIA)**와의 연관성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3부. 사라진 진실: 권력이 남긴 그림자

결국 홍 씨는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했지만, 정계와 언론은 이 사건을 **’권력의 입김이 작용한 정치 테러’**로 규정하는 분위기였다.

이 사건의 미스터리 포인트는 **’누가 지시했는가’**이다.

1. 중앙정보부(KCIA) 개입설: 당시 KCIA는 박정희 정권의 정적을 감시하고 제압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김영삼 의원의 40대 기수론과 대통령 출마 선언은 정권에 엄청난 위협이었고, KCIA가 직접 혹은 하부 조직을 통해 테러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었다. ‘협박’ 수준에서 멈추려다 ‘과잉 충성’으로 ‘살해 시도’까지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 테러범의 침묵: 홍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번복하거나 배후를 폭로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는 그가 단순한 단독범이 아니라, 조직의 강력한 압력이나 보장을 받고 입을 다물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의 침묵은 진범의 존재를 은폐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

김영삼 의원 본인도 이후 이 사건에 대해 **”박 정권의 공작”**이었다고 공공연히 밝혔으며, 이는 한국 현대사에서 정치 폭력이 공권력의 비호를 받았던 어두운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되었다.

공소시효는 오래전에 만료되었지만, ‘김영삼 질산 테러’는 단순히 한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아니라,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고 정적을 제거하려 했던 권력의 폭력성이 남긴 영구적인 상처이자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단독범으로 낙인찍힌 홍 씨의 배후에는 과연 어떤 거대한 권력의 그림자가 움직였던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50년이 지난 지금,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