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1년 원효로 미스터리: ‘윤노파 살인사건’과 사라진 목격자들

[본 글은 1981년 발생한 ‘윤경화 피살 사건’을 바탕으로 경찰 수사의 문제점과 미해결의 미스터리 포인트를 재구성한 탐사 추리 소설 형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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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재산가의 저택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1981년 8월 24일 월요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한 호화로운 이층 양옥집. 아흔 살의 재력가 윤경화 노파(가명, 이하 윤 노파)가 자신의 저택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신고자는 윤 노파의 조카 며느리 고 씨였다. 그녀는 사흘 만에 집을 찾았다가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고 비명을 질렀다.

현장은 참혹했다. 1층 방에서는 윤 노파와 가정부 송 씨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2층의 작은 방에서는 윤 노파의 양녀였던 수경(가명) 양의 시신이 이불에 덮인 채 발견되었다. 세 명 모두 망치 같은 둔기에 머리를 여러 차례 맞아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부패가 진행된 시신 상태로 미루어, 범행 시각은 신고 시점보다 최소 사흘 전인 8월 21일 금요일 밤 혹은 22일 토요일 낮으로 추정되었다.

이 사건은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희대의 살인사건이 되었다. 언론은 윤 노파의 10억대(당시 기준) 재산과 복잡한 상속 관계에 주목했고, 경찰은 살인 동기를 **’재산’**에 초점을 맞춰 수사본부를 꾸렸다.

희한하게도, 현장에서는 금품이 도난당한 흔적은 거의 없었다. 범인이 노린 것이 현금이 아닌 예금 증서나 중요 서류일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경찰은 ‘면장갑을 착용한 범인의 발자국’과 함께 현장에 놓여 있던 망치 한 자루에 주목했다. 그리고 수사를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언론은 놀라운 소식을 보도했다.

“윤 노파 살인사건, 범인은 신고자 조카 며느리!”

2부. ‘가짜 자백’과 고문이 만든 용의자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된 사람은 다름 아닌 신고자, 조카 며느리 고 씨였다. 경찰은 고 씨가 윤 노파의 유산을 노리고 접근했으며, 범행 직후 윤 노파의 예금 증서를 훔쳐 달아났다가 ‘귀신이 씌여’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고 자백했다는 내용으로 사건을 종결하려 했다.

고 씨의 정릉 집 베개 속에서 윤 노파의 패물이 발견되자, 언론은 그녀를 사형이 마땅한 ‘파렴치한 살인자’로 몰아갔다. 검찰은 고 씨에게 사형을 구형하며 당연한 유죄 판결을 예상했다.

그러나 1심 법정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놓았다. 무죄. 그리고 2심 재판부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상고까지 이어진 재판 과정에서, 고 씨의 자백은 경찰의 가혹한 고문에 의해 만들어진 허위 자백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고 씨는 재판 과정에서 온몸에 흉터와 등이 굽은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경찰의 무자비한 고문 때문이었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이 힘을 얻었다. 또한, 고 씨가 진범임을 입증하기 위해 경찰이 제시한 물증들은 결정적인 허점을 안고 있었다.

• 망치의 미스터리: 범행 도구로 지목된 망치는 머리 부분에만 피가 묻어 있고, 손잡이나 자루에는 피가 전혀 묻어 있지 않았다. 범인이 망치를 사용했다면 손잡이에도 피가 묻는 것이 당연한데, 현장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 발자국과 장갑의 모순: 경찰은 고 씨가 오른손에만 면장갑을 꼈다고 주장했지만, 현장 증거인 손자국은 고 씨가 왼손으로 짚고 간 듯한 흔적을 남겼다. 또한, 고 씨가 진술한 범행 동선은 현장의 빗자국, 발자국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고문에 의한 자백은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알리바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유죄의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판례를 남기며 고 씨에게 자유의 몸을 선사했다.

3부. 사라진 목격자, 미스터리 속의 진범

고 씨가 무죄로 풀려나면서 ‘윤노파 살인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사건의 진범은 누구인가? 모든 것이 미궁에 빠진 가운데, 사건 현장의 **’사라진 목격자’**에 대한 의문이 짙어진다.

가정부 송 씨의 손목시계가 멈춘 시각은 8월 23일 낮 12시 50분. 이는 당초 경찰이 추정한 21일 금요일 밤이 아닌, 주말 낮 시간대에 범행이 일어났음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주말 낮이라면, 호화로운 저택 주변을 오가는 **’제3의 목격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이 왜 침묵했거나, 혹은 침묵해야만 했을까?

더 큰 미스터리는 경찰 내부의 비리였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 한 명이 윤 노파의 예금 증서를 빼돌려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수사 당국의 범죄 행위는 진범 추적에 대한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이 사건은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범인을 잡는 데’ 더 치중했던 1980년대 수사 시스템의 어두운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누명을 쓴 사람은 풀려났지만, 진범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어둠 속에 숨어 있다.

이 불길한 저택의 주말 낮, 망치를 든 진짜 그림자는 누구였을까? 그리고 경찰 내부의 비리는 진범의 존재를 알고도 은폐하려 했던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사건을 더 미궁에 빠뜨린 부패였을까? ‘윤노파 살인사건’은 한국 미제 사건사(史)에 경찰의 부패와 고문 조작이 낳은 비극적 오판으로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