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분, 그리고 사라진 아이들

1955년 10월 31일, 뉴욕 롱아일랜드의 이스트 메도우에는 늦가을의 햇살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이날은 할로윈이었지만, 22세의 마릴린 다먼에게는 빵 한 덩이를 사야 하는 평범한 오후였을 뿐입니다.
마릴린은 두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습니다. 만 2세 된 아들 **스티븐 크레이그 다먼(Steven Craig Damman)**은 유모차 옆에 서서 젤리빈 봉지를 쥐고 있었고, 생후 7개월 된 딸 파멜라는 유모차에 누워 있었습니다. 마릴린은 아이들을 마켓 문 앞에 두고 급히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스티븐, 엄마 금방 올게. 착하게 기다리고 있어.”
그녀가 빵 한 덩이를 고르고 계산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 하지만 그녀가 다시 문을 열고 나왔을 때, 평범했던 세상은 잔혹한 미스터리로 변해 있었습니다.
유모차도, 두 아이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2. 너무나 이상한 ‘납치’의 흔적
마릴린의 비명은 곧 마을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경찰과 주민 수천 명이 동원되어 이스트 메도우 전체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켓에서 약 90미터 떨어진 곳에서 텅 빈 유모차가 발견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유모차 안에는 여동생 파멜라가 아무런 해 없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납치범은 유모차를 몇 블록 떨어진 곳으로 끌고 가거나 밀고 갔습니다. 이 과정에는 교통량이 많고 험한 땅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2살짜리 스티븐이 혼자 유모차를 밀고 갔을 리는 만무했습니다. 납치범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미스터리가 시작됩니다.
어떤 납치범이 굳이 아기는 해치지 않고, 유모차에 그대로 둔 채 2살짜리 아이만 골라 납치한단 말인가? 왜 납치범은 단지 빵을 사러 간 짧은 시간에, 두 아이 중 스티븐만을 목표로 삼았을까요?
수사 당국은 스티븐이 납치되었다고 결론지었지만, 그 동기와 과정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스티븐은 당시 신장 종양 치료를 받고 있었고, 빈혈이 있어 특별한 약을 복용해야 했기에, 그의 부모는 납치범에게 “아이에게 약을 꼭 먹여달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하기까지 했습니다.
3. 끊임없이 등장하는 거짓 그림자들
사건 발생 후, 스티븐의 행방을 둘러싼 혼란은 계속되었습니다.
- 가짜 몸값 요구: 사건 발생 직후,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는 여러 통의 협박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이 편지들의 요구 금액은 점점 커졌지만, 결국은 사건과 전혀 관계없는 한 대학생의 장난으로 밝혀졌습니다.
- ‘상자 속 소년’의 망령: 1957년, 필라델피아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소년 시신, 일명 ‘상자 속 소년(Boy in the Box)’이 스티븐 다먼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머리색과 눈 색깔, 나이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년의 신체 특징을 면밀히 대조하고, 이후 DNA 검사를 통해 스티븐이 아님이 최종 확인되면서 이 가능성은 배제되었습니다.
- 가짜 스티븐의 등장: 50년 이상이 흐른 2009년, 미시간주에 사는 존 반스라는 남성이 자신이 실종된 스티븐 다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출생 기록에 의문을 품고 스스로 스티븐의 사건을 조사했습니다. 가족들은 희망을 가졌으나, FBI의 DNA 검사 결과 그는 다먼 가족과 유전적으로 연관이 없음이 판명되었습니다.
6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티븐 다먼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할로윈 오후, 잠시의 부재가 낳은 비극. 납치범은 왜 굳이 아기를 두고 스티븐만을 데려갔을까요? 그는 아직 살아 있을까요, 아니면 69년 전 그날 이후 영원히 사라져 버린 걸까요?
이 세상의 모든 미스터리처럼, 스티븐 다먼 실종 사건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 있는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